누구신가요

당신은

by meee | 2008/08/15 06:11 | 그냥 | 트랙백 | 덧글(0)
마이큐 This is for you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할 줄도 모른다. 그들의 기운은 음악에 그대로 묻어난다. 사람의 마음이 말과 행동 말고도 어떻게 드러나는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린 이미 안다. 그래서 당신은 음악을 듣고, 그들은 음악을 만든다.

 




이제는 잘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

1집 타이틀 며칠째에 관한 말들과 함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예민한 부분을 많이 긁혔다. 실력을 운운하면 상처받았다. 1집이기에 가능한 것이 있었고, 1집이니까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많이 모자란 음반이라는 걸 안다.하지만, 차라리 어린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1집이라서 오히려 정이 간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건반도 못 치고, 기타도 못 치고, 노래도 못 하고, 음악을 배운 적도 없다. 이 중 하나로 승부를 내야 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만큼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잘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물론 열심히 하려고는 한다. 세상엔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본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늘고, 그러다 보니 너무예민해지더라. 그런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면 걸리는 것도 많아진다. 내 머릿속에서 이건 안돼하는 것들이 늘기 마련이다. 비판이 싫었다. 그러나 이젠 조금 서툴더라도 진실한 음악을 하고 싶다. 서툴면 서툰 만큼 거짓 없이 표현하는 거. 잘해 보이려고 꾸미고 포장하지 않는 거. 지금은 단 한 명이라도 내 음악에 공감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래야, 음악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음악이 즐겁다.

 

학교에 다니다가헤어져야 하고, 어느새 친해지면 헤어져야 하고, 사랑하다가 헤어져야 하고.

초등학교 5학년 때 홍콩에 갔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Nopdogs’라는 이름의 밴드로 홍콩의 언더씬에서 활동하며 음반도 냈었다. 나중에 외국의 큰 레이블과 연결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만 정작 멤버 각자의 상황은 여의치 못했다. 어렸기 때문에 부모님의 걱정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멤버 중 기타는 영화감독이 되었고, 드러머는 한국인이었는데 뉴욕에서 디자인을 공부한다. 베이스를 쳤던 친구는 여전히 음악과 닿아있다. 사운드 엔지니어다. 우리는 그렇게 흩어지고 밴드는 해체되었다.

홍콩은 작다. 서울보다 조금 크다. 학교에 다니다가 헤어져야 하고, 어느새 친해지면 헤어져야 하고, 사랑하다가 헤어져야 하고, 떨어져야 하는 그런 곳이다. 스쳐 지나가기만 하기 때문에 관계의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럴 수밖에 없는 곳이다. 홍콩은 언더씬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예 엔터테인먼트가 커서 언더와 오버의 문화적 갭이 없다. 오로지 엔터테인먼트만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 대한 로망을 갖기 시작한 건 밴드를 하며 투어를 왔을 때다. 당시에 삼청교육대, 지랄탄, 럭스, 껌 등의 밴드와 함께 공연했는데 그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이렇게 순수하게 음악 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있구나했다.너무 좋았다. 그때 한국에 돌아 와서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사람들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외로웠다.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한국에 왔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무작정 관두고 들어왔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사이가 좋을 수 없었다. 치기 어린 자신감 말고는 가진 게 없었다. 돈도 없고, 집도 없었다. 그래서 뭐든 했다. 한국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외로웠다. 생각해보면 그 시간에 많은 걸 얻었다. 처음에 한국에 와서는 오디션을 엄청나게 보러 다녔다. 무조건 기획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만 들어서 음악을 하려면 그렇게 해야만 되는 줄 알았지 뭔가. 별짓 다 했고, 별소릴 다 들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드디어 음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주겠다던 곳이 나타났는데, 운이 좋구나 기뻐했더니 몇 달 후 증발해버렸다. 전화번호고 뭐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거다. 황당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었다. 그 후로 정말 큰 기획사에서 작사도 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받으며 뭐든 배울 기회가 생겼다. 배운 것도 많다. 그러나 뮤직비즈니스에 대해 이미 많은 걸 보고, 알아버린 나는 단순히 창작자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혼자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일들이 인생의 큰 경험이 된 것 같다. 1[Style Music]은 내가 레이블을 만들어서 모든 걸 혼자 했다.

 

음악을 위해서 음악이 아닌 어떤 이슈거리를 만들라고 했다.

혼자서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레이블까지 만들었는데 막상 음반이 나오니 고민이 많았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누군가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홍보를 할만한 방법이 없었다. 기껏 방법을 떠올리면 주변에서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음악을 위해서 음악이 아닌 어떤 이슈거리를 만들라고 했다.

 

이번 2집 음반 [This is for you]

작곡가 빅뱅의(가수 빅뱅이 아닌) 승철씨가 만든 퍼플드림에서 냈다. 혼자서 다 하려니까 힘들더라. 하하. 좋은 사람을 만났다. 음악 외에 다른 것을 요구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음악적으로 배우는 것도 많다. 어떤 음악적 충돌이 있을 때 고집을 부려보지만 결국 그의 생각이 맞는다는 걸 알게 되고 신뢰가 쌓인다.

 

다들 너무 빠르다. 쉽게, 후딱. 반응도 그렇고.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그 음반 하나로 반년씩 뽕 빼고 그랬다. 너무 좋아 죽겠는 거지. 예전엔 음반 하나 손에 넣기 위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동안 기대감에 설레고, 마침내 손에 넣었을 땐 형용할 수 없는 벅차오름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런 기쁨들이 없어진 것 같아서 아쉽다.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를 했는데 아이들에게 설명하니까 모르더라. 요새는 음반이 잘 되기 어려우니 곡 몇 개만 넣어서 싱글로 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2집 음반도 싱글이 될 뻔 했다. 작업을 하다 보니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마치 영화 감독에게 대충 씬 두어 개만 찍어서 영화를 만들라는 것처럼 들린다. 뭐든 구성이 있고, 거기에 이야기를 담고 싶은 건데. ,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진실함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말이다.

 

나는 선한 자극을 좋아한다.

사랑을 막 시작할 때, 알게 모르게 설레는 바로 직전의 감정이랄까. 그때가 가장 좋은 순간인 것 같다. 가능하면 그런 느낌을 음악에 담고 싶다. 그런 느낌이라는 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다들 어떤 감정인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경험했을 테니까. 세상엔 자극적인 것들이 넘치고 자극의 강도도 날이 갈수록 더해져서 이제 웬만한 것이 아니고는 사람들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단계까지 왔다. 그렇지만 나는 선한 자극을 좋아한다.

 

그러면 비로소 내가 하는 일이, 음악이 즐겁고 기쁘다.

2집에 실린 곡들이 더욱 빛나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 ‘네가 내게 말했잖아를 부른 루싸이트 토끼는 5분 만에 녹음을 끝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5분 동안 사랑에 빠졌다. 버벌진트에게는 팬의 입장으로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좀 쑥스럽긴 하지만 앞부분에 녹음된 건 진짜다. 전화로 부탁하는데 내가 너무 팬이다 보니 괜히 그걸 녹음하고 싶더라.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홍진경 씨도 이번 음반에서 아는 누나라는 곡을 노래했다. 그녀가 노래한다는 사실에 의아해하겠지만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대중들은 방송에서 보여진 그녀의 단면적 이미지만 알고 있는데 사실 너무 많은 걸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내공이 대단하다. 여러 방면에서 쌓은 오랜 경험을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표현력도 좋다. 굉장히 부럽고 멋진 사람이다. 솔직히 홍진경씨의 가창력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노래하는 걸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목소리에 뭔가 담긴 게 많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은 다들 나처럼 감탄하고 또 놀란다. 주변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지만 힘들었던 적이 더 많았다. 그들과 비교하면 내가 정체성이 없이 느껴졌다. 내가 하는 건 깊이가 없이 느껴졌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멋지고 부럽고 좋은데 돌아서서 , 내 음악은 왜 이러지하면서 힘들어했다. 처음에 말했듯이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바보 같은 짓이다. 다행히 어느 순간 나는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내가 하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넘치면 넘치는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진실하게만 하고 싶다. 진실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즐겁고, 내 음악으로 인해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내 음악을 통해서 내가 사랑받는 것보다 그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 그러면 비로소 내가 하는 일이, 음악이 즐겁고 기쁘다.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싶다.

‘Envy’라는 일본 밴드와 홍콩에 있을 때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 그들을 보면 내가 전에 어떤 음악을 했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거다. 머리색도 계속 바뀌고, 이상한 부위도 많이 뚫고, 하여간 특이하게 하고 다녔다. 그런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홍콩에서 코카콜라’, ‘퀵실버등의 광고 화보도 몇 번 찍었다. 그때 나 모델 해요이런 것보다는 직접 용돈도 번다는 생각이 더 컸다. 용돈치고 액수가 좀 크긴 했지만, 아무튼.

조만간 밴드를 만들 계획도 있다. 아마 마이큐와는 다른 이미지가 되겠지. 억지로 이번엔 뭐하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발전하고 싶다. 책도 쓰게 되었다. 이십 대 후반 아티스트 세 사람이 쓰는 도쿄 여행기인데 내가 포함된 거다. 영광이지. 요즘은 아무나 책 낸다는 말 듣지 않으려면 잘 써야할텐데. 그런 말 듣지 않게 만들자고 셋이 각오 단단히 했다.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까 글 위주로 보면 분명히 부족할 거다. 그렇더라도 열심히. 다만,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에게 음악이란

음악은 놀이터? 그런 공간? 순수한 놀이. 거짓 없는 놀이. 나와 동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는 자연스럽고 순수한 놀이. 그런 놀이가 가능한 공간의 의미다.

 

나를 담아내는 나의 음악에 다만 나를 담은 것뿐이다.

이번 음반에 종교적 의미가 담긴 곡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의미를 오해한다. 내가 그 곡을 음반에 넣은 이유는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강요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내 삶에 포함되어 있어서다. 나를 담아내는 나의 음악에 다만 나를 담은 것뿐이다.

 


[NAZINE MAGAZINE l
유성미]

by meee | 2008/08/05 02:13 | 음악 | 트랙백 | 덧글(0)
나도 슈퍼맨이 될 수 있을까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이라더니 기상청 예보보다 더 잘 맞아떨어진 7 29일 중복은 그야말로 찜통더위였다. 비가 언제 내렸었느냐는 듯 햇볕은 쨍쨍 땀방울은 반짝. 회사 점심메뉴는 의견을 제시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일제히 통일됐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삼계탕 집 앞은 북새통이었다. 덕분에 금쪽같은 점심 시간의 반은 찜통더위 아래 줄까지 서며 기다리는 감지덕지한 수고로 이어졌고 우리는 기꺼이 감내해야만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 대부분은 팔짱 낀 손에 지갑을 챙겨든 여사원들이다. 남자들은 어디로 간 걸까.

 

여름 보양식은 많다. 그런데 유독 보신탕이라면 눈이 반짝거린다. 정말로 보신탕을 먹으면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밤에 잠을 못 이룰 만큼 기운이 넘치나. 오줌 줄기로 바위도 깰 것 같다는 그들의 말을 믿어야 하나. 정말 슈퍼맨이 되는 걸까, 되었다고 착각하는 걸까 아니면 되고 싶은 걸까. 아쉽게도 아직 한 번도 보신탕을 구경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도대체 입에 쩍쩍 붙는다는 그 맛은 고사하고 이토록 대단한 음식의 거짓말 같은 효능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남자들이라 하면 대체로 군대시절 간첩도 잡고 귀신도 잡았다는 족속들 아니던가.

 

올림픽 이후로 지금까지도 도심 대로변에 간판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놓은 보신탕 집은 본 적이 없다. 이미 국민 기호식품 수준이 되어버린 음식을 더 이상 혐오 식품으로 분리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러나 여자들의 이런 생각은 보통 대외용인 경우가 많다. (오늘 밤 슈퍼맨으로 변신할 남편을 지켜보는 그녀가 아니라면 아마도.) ‘브리짓 바르도만큼은 아닐지언정, 어쩌면 더 이중적이다. 한국을 욕하는 브리짓 바르도는 용서가 안 되지만 보신탕 먹는 남자는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 그녀들의 진짜 속내니까. 왜일까, 그들이 아무 개나 잡아서 먹어대는 야만인도 아닌데 왜 여자들은 유독 보신탕에 빨간 줄을 긋고 혐오 식품으로 가르는 걸까. 그녀들은 차라리 원숭이 골도 먹고, 비둘기도 먹고, 심지어 고양이, 들쥐도 먹는 중국의 음식문화에 더 관대하다.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건 상관없지만, ‘내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건 용납할 수 없는 남자들의 그런 심리와 같은 것일까.

 

자그마치 30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미리 주문했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삼계탕이 나왔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다. 뜨거운 삼계탕 속엔 대추, , 마늘, 생강 등이 들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 것 같았다. 종종 먹는 삼계탕임에도 복날 먹으면 다르다.

 

보신탕 먹으면 정말로 막 힘이 넘쳐요?”

효과가 그렇게 즉각적으로 와요?”

 

쓸데없는 질문을 몇 가지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도 뻔했다.

 

사람마다 다르지

그냥 그런 기분이 드는 거 아닐까, 그런데 체질에 맞는 사람들은 정말로 그렇긴 하다더라.”

의사들도 보양식으로 권한다던데?”

 

보신탕 한 그릇이면 무더운 여름 나도 슈퍼맨이 될 수 있을까?”

꼭 한 번 먹어봐야겠네.”

 

생각해보니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 부모님이 보신탕 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 친구의 뽀얀 피부가 다 매일 먹는 음식 때문이라며 놀려대면서도 반은 부러워했다. 한참 여드름이 올라오는 사춘기였지만 그 친구는 정말 뽀얗고 매끄러운 그야말로 윤기나는 피부를 갖고 있었다. 복날 삼계탕으로 몸보신 한 나는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오늘의 모든 일정을 슈퍼맨처럼 일사천리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by meee | 2008/08/05 01:49 | 뭐래 | 트랙백 | 덧글(0)
rm
by meee | 2008/08/03 01:26 | 좋아 | 트랙백 | 덧글(0)
쉽고, 담담해지고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하며 온종일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한 이유는 담담해지고 싶어서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담담함을 원해서다. 뭔가를 헤아려야 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 그리고 끝이 없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헤아려지는 것이 아니라 맥빠지는 회의에 회의. 사는 게 다 이런가, 관계는 역시 부질없나, 배려는 끝내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나약한 생각들. 하루에도 수십 번 진심을 말하고 소통을 갈망한다. 그럴수록 입은 굳게 다물어지고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 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예외라는 것이 있다. 소통과 진심을 넘어선 이 예외의 것은 모든 걸 초월한다. 내가 비록 완벽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비록 깍지끼듯 잘 조합하지 못하더라도 그걸 다 넘어선 믿음이란 게 있다. 때론 서운함이 머물기도 하지만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다. 관계를 위협하는 어리석음밖에 주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감히 진심을 의심할 수도, 생각할 겨를 조차 없는 그런 믿음이었다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을까. 시간은 같은 방식의 해결점을 주지 못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서로에게 다른 의미의 정리로 남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변하고 있다. 쉽고, 담담해지고 싶다. 그 대상이 너여서가 아니라, 이제는 좀 그러고 싶다.


by meee | 2008/07/16 03:15 | 그냥 | 트랙백 | 덧글(0)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